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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have a quirky taste _ 김은서
    지난 전시/Gallery hoM 2026. 6. 10. 10:21

     

    I have a quirky taste
    곰팡이와 머리카락 그리고 쌓인 시간들

    김은서의 작업은 어떤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작업의 시작점에는 치우지 못한 머리카락, 벗어 둔 옷, 눅눅하게 번져가는 물 자국처럼 지나치기 쉬운 잔여물이 놓여있다. 작가는 반복되는 무기력과 불안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방 안에 어떤 흔적으로 남아 있는 지를 오래 바라본다. 화면 속 장면들은 바로 그 오래 머문 시간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시 제목인 ≪I have a quirky taste≫ 또한 이러한 태도와 맞닿아 있다. “나는 조금 별난 취향을 가지고 있다.”라는 뜻의 이 문장은, 단순히 독특한 취향에 대한 선언이라기보다 쉽게 치워지지 않는 감각과 반복되는 불안, 그리고 남겨진 흔적들까지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여기서 ‘quirky’는 단순히 기이함이나 취향의 특이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남들이 외면하거나 정리하려 하는 것들에 오래 머무르는 감각, 그리고 그 안에서 미묘한 아름다움이나 우스운 애정을 발견하는 시선을 가리킨다.

     

    작업에서 양모는 머리카락의 연장선에 놓인다. 쉽게 엉키고 바닥을 떠도는 양모의 섬유질은 방 안에 남겨진 머리카락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 작업에서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물질처럼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빠져나온 머리카락은 방 안을 떠도는, 축축하고 느슨한 시간의 밀도를 드러낸다. 양모는 그러한 잔여물의 축적을 보여준다.

     

    화면 속 인물의 무표정함은 감정의 부재라기보다 하나의 표정으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 가깝다. 정돈되지 않은 방처럼 느슨하게 남겨진 공간 속에서 인물과 사물은 어색하게 화면 안을 떠돈다. 누군가는 제거의 대상으로 보는 물질을, 부정으로 다루는 의욕의 부재에 집중하는 작가의 작업은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기록이라기보다 반복되는 상태를 섣불리 밀어내지 않고 오래 바라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결국 그녀의 작업은 엉망인 방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방 안에 오래 남아 있던 것들의 형태를 새롭게 응시하는 일이다. 바닥을 떠돌던 머리카락은 양모의 섬유가 되어 화면 위에 다시 나타나고, 치워야만 했던 흔적들은 어느 순간 기묘하게 반짝이는 장면으로 변한다. 이 전시는 바로 그 우스꽝스럽고도 축축한 반복 속에서 탄생한 감각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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