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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히지 않는 것들 - 다다르지 못한 상태 _ 신유진지난 전시/Gallery hoM 2026. 5. 27. 07:35



머리는 빈 부분이 그득하다. 다시금 과거의 흔적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체감하곤 했다. 이전에는 그러한 공백을 인정하지 않고 아등바등 기억하고 새겨넣으려고 애를 써왔건만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채워 넣은 것에 왜 이리 집착하고 있었냐는 것이었다. 빈 곳이 있기에 나는 이전과 다른 감각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틈을 마주한 채, 무엇을 떠올렸는가. 무엇을 다시 보게 되었는가. 내가 채워 넣고자 했던 틈은 무엇이었는가. 그러다 문득 처음으로, 메우는 대신 틈을 오래 바라보고 싶어졌다.
- 작업노트 中 -
《붙잡히지 않는 것들 – 다다르지 못한 상태》는 과거의 흔적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발생하는 감각의 변화와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틈을 바라보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과거에 인식하지 못했던 감각이 시간이 지난 뒤 뒤늦게 떠오르는 경험에 주목한다. 이때 기억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과 인식이 개입되어 새롭게 구성된 상태로 드러난다. 과거의 장면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어렴풋이 남아있으나, 그것은 결코 완전한 보존이 아니며 다시 바라보는 순간마다 미묘하게 어긋나며 이전과는 다른 결로 다가온다. 이러한 어긋남 속에서 작가는 기억의 공백, 즉 ‘틈’이라는 지점에 주목한다. 틈은 여전히 붙잡히지 않는 것으로 남아있으며, 그 안에서는 과거에 인식되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들이 천천히 떠오른다.
작업은 그 틈을 메우거나 끝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다다르지 못한 채 남아있는 상태 자체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전에는 그 틈을 메우기 위해 화면을 가득 채워 넣으려 했다면, 이제는 섣불리 더 나아가기보다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 틈을 오래 바라보는 태도로 전환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덜어내고 지워내는 행위는 끝내 붙잡히지 않는 상태를 화면 위에 남겨두기 위한 조형적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사진 속 장면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한 번 그려낸 이미지를 다시 흐리게 하거나 지워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틈을 바라본다. 물감이 흘러내리고 형상의 일부가 사라지는 자리는 과거의 이미지와 현재의 인식이 서로 어긋나는 지점이며, 지워진 부분은 단순히 사라진 흔적이 아니라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감각이 다시 떠오를 수 있는 여백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붙잡히지 않는 것들 – 다다르지 못한 상태》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들을 화면 위에 그대로 드러낸다. 작업은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해, 결국 작가는 무엇을 바라보고 담아내는 사람인가를 되묻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하나의 장면은 한 번의 시선으로 붙잡히지 않으며, 작가는 같은 장면 앞에 여러 번 머문다. 끝내 다다르지 못한 채 남아있는 감각들은, 어쩌면 채워지면서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상태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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