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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 유승영 개인전지난 전시/Gallery hoM 2021. 6. 30. 12:51
“인간 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바닥을 기반으로 한다. 그 그라운드 위에 모든 역사와 삶과 죽음의 패러다임이 엮여 가고 있다. 존재의 근본이자 물질적 현실의 바탕. 바닥은 모든 시작과 끝이다. 수백만 년 전에도 그곳이 있었고 수많은 생존의 흔적들을 내포하고 있는 근원이다”.
자동차를 몰고가다가.. 또는 도시의 거리를 걷다가 물끄러미 바닥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아스팔트 바닥의 수 없는 차선들..지시선들..그리고 그것들을 품고 있는 검고 묵묵한 그라운드..그래서 그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본적이 있는가..
나는 그 아스팔트 바닥을 바라본다..
바닥은 시간의 상징이다. 시간은 곧 존재함 자체이며, 태초와 미래를 하나의 연장선으로 이어주는 끈과 같은 것이다. 누구도 현재, 즉 이 순간을 정의 할 수 없다. 바닥의 형상은 그 시간의 끈을 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아스팔트위의 사소한 수많은 퍼포먼스의 증거를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나는 그 시간의 공허함과 알 수 없는 진실의 찰나를 한 화면으로 보여 주고 사유하고 싶다.
삶은 어떤 상황도 정해져 있지 않다. 냉혹한 현실에서 갈 길을 잃고 있으며,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혼돈 하는 삶, 자아의 길을 잃은 삶.
그러나 절망만을 매만지고 좌절할 순 없다. 뭔가 알 순 없지만 희망을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있다. 나는 내 그림에서 그 상징적 의미로 선과 화살표를 들고 있다. 아스팔트 위의 선들은 흔들리는 나에게 기준과 관점이 되어주고, 뭔가 제시하는 기준이 되는 듯하다. 화살표는 막연하지만 희망을 말해주는 이정표가 아닐까. 길 잃은 자아에게 갈 길을 명시해주는 기호의 상징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삶은 고통스럽고 고독하며, 길을 헤매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의 바닥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또는 자연미가 넘치는 바닥이 아니다. 즉 차가운 바닥이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냉담한 현실은 존재하는 것들을 힘들게 한다. 그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다. 현실은 무겁고도 냉정하다. 보는 이로부터 그 차가움에 대한 동병상련을 느끼고 싶고, 냉소적 위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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