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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전시/hoM Lab 2024. 3. 20. 13:14

     

    <BLURRED>

    시력이 좋지 않지만 세상을 너무 선명하게 보는 게 싫어 안경을 쓰지 않고 생활한다는 어느 연예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라고 할 때, 의심하지 않는 필요조건 중 하나는 선명한 이미지를 전제하는 일 일 것이다. 

    어떤 사물을, 어떤 인물을, 우리 앞의 세계를 볼 때 우리는 항상 선명하게 보기 위해 애쓴다. 선명하게 볼 때만 우리 앞의 것들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내 그에 대한 확신을 갖지는 못한다. 

    우리는 쨍쨍한 햇빛 아래 그 무엇보다 선명한 세계를 마주할 때도 생각 외로 자주 혼란스럽고, 의문스러운 기분에 빠질 때가 많다. 

    나는 사실 나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지만 역시나 그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 집 창 밖으로 매일 보는 풍경조차도 때때로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바로 지금 망막에 맺히는 선명한 이미지와 별개로,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언제나 흐릿하고 불분명한 이미지뿐이다. 

    사실 우리 세계는 한 번도 선명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그 연예인처럼 좋지 않은 시력으로 실눈을 뜬 채 흐릿하게 보는 것이 오히려 진짜에 가깝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전시 BLURRED는 ‘흐릿하게 보기’와, ‘흐릿하게 보이는 어떤 시간’에 주목한 두 작가의 시선을 소개한다. 

    두 작가는 모두 흐릿한 경계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가능성과 진실에 주목한다. 

    손영인은 흐릿한 경계를 통해 어떤 구분과 속성이 ‘확장되는 보기’를 행한다. 그에게 흐릿함이란 대상의 이해에 대한 불가능성과 가능성 모두를 의미한다. 

    전민혁은 모든 풍경과 사물의 본질이 흐릿해지는 황혼의 시간을 통해 그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에게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간은 오히려 세계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 시간에서야 비로소 세계를 다시 보고, 다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에게 흐릿함이란, 진실로 선명하게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들의 흐릿한 이미지가  무엇보다도 친숙하게 느껴지며, 심지어 기시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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