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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 _ 배정하지난 전시/Gallery hoM _ hoM Lab 2024. 12. 4. 04:20
모든 색을 다 써서 그것이 극에 달했을 때 흰색이 된다. 이 신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광대무변(廣大無邊)’ 이라는 말이 가장 걸맞을 것이다. ‘광대무변’이라는 것은 기쁨과 슬픔의 경계도 없이 서로 하나가 되는 세계,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펼쳐져 광활한 우주에 이어지면서 자신과 타인의 구별이 없어지고, 자연과 하나 되는 세계가 아닐까? 백색은 시원(始原)인 동시에 종말(終末)을 표현하고, 탄생인 동시에 죽음을 품고 있다. 이것이 광대무변한 백의 세계이다.
나는 최근 한지를 이용한 백자의 ‘백색’과 ‘소박하고 담담한 현태’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백자의 ‘소박하고 담담한 형태의 아름다움’은 한지의 두꺼운 마티에르(matière)와 함께 자연의 원시적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자 한다. 작품 배경에 표현된 모란, 얼룩말, 매화, 낙화, 등은 일반적인 사물의 표현이 아니라, 광대무변한 우주의 본성을 알려주는 매개체로, 반복, 순응, 차이를 실현하는 영원회귀(永遠回歸)로서의 우주의 순환에 대한 깨달음의 표현이다.
‘백자(白磁)’와 ‘떨어지는 꽃(落花)’을 통해 세상에 보여주고자 하는 속내는 인간과 세상의 충돌로 부터 벗어나 ‘광대무변’한 세계로의 회귀(回歸)일 것이다. 동양 예술의 오묘한 경지는 형식을 넘어선 ‘광대 무변’의 세계에 있다. 형상은 다만 이 세계로 향하는 서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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