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_ Son Young Hee

 

I WANT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매일 바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삶을 연명해가고 있다. 특히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언제나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현실 속에서, 남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우리들의 일상은 해소할 수 없는 욕구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하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을 위해 많은 것들을 인내하여야 했으며, 결혼 생활과 아이의 양육, 여러 집안일과 직장생활까지 병행하며 심리적, 신체적으로 괴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욕구의 덩어리는 항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까지 일어난다. 당시의 아픔은 나에게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왔으며,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강인함을 갖추게 하는 계기가 된다.

I WANT 시리즈는 나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는 가상의 공간으로, 현실에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들로 구성되어 있다. 구불구불하게 파마머리를 한 욕망의 대리인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피아노를 치며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언뜻 보기에 삶의 모습을 재현한 것에 그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휘어지거나 왜곡된 인물의 모습이나 색상, 단순하거나 거친 추상적 형태들이 전혀 다른 상태 속에서 하나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의 형성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내가 가진 욕망의 객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통해 나타나는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덧 한 사람의 삶도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욕망은 오직 채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꿈 앞에서 공포와 불안으로 자신을 옭아매기보다는, 그 앞에 설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삶의 가장 깊은 부분까지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