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에이치오엠 2025. 5. 8. 11:50

 

 

2025 사색당파전에 부쳐

 

한국 전통회화는 1950년대 이후 개방화된 한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양화라는 이름으로 고답적인 전통의 늪에서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촉발된 현대한국화운동은 1980년대 미술계의 가장 주목할만한 자생적인 예술 운동이다. 이 운동의 본질은 한민족의 미의식이 담긴 전통회화를 기반으로 한국인의 정신과 눈으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한국 회화를 수립하자는 전위적인 예술 활동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대학에서 배출한 신진작가들이 미술계의 혁신 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문화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화두로 모색을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은 전통적 회화 양식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정신과 미감이 담긴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통 장르와 화법을 고수하는 기성 화가들의 작업 태도를 벗어나 동양화에서 도외시하거나 금기시했던 다른 장르의 재료 사용, 평면과 입체의 혼용, 다양한 오브제 사용 등을 과감히 실험하며 탈 장르의 흐름을 주도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 이후 미술계에 만연한 일본 화풍을 배격하고 한국의 미감이 담긴 새로운 화풍을 통해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현대한국화운동은 미술계에 새롭게 진입하는 신진작가들에게 전통과 현대와의 괴리감에서 오는 고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성과로 1985년 교육부가 한국화를 정식 명칭으로 인정하며 교과서에 기술하였다.

 

1970년대까지 완고한 전통 화풍에 얽매여 세계화의 대열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동양화의 혁신을 위해 당시 젊은 교수들과 일군의 청년 작가들은 현대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서울현대한국화전을 비롯한 수많은 단체전을 통한 집단적인 발언으로 현대한국화운동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현대한국화운동의 결실을 2000년대 즈음 국립현대미술관이 먼저 수묵화 분야의 현대화 과정을 전시를 통해 역사적 의의를 정리하였다. 채색화 분야 또한 현대화 과정을 기획 전시하였으나 아쉽게도 대다수 채색화 작가들은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오늘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2022년 시작된 사색당파전40여 년간 이어져 온 현대한국화운동 과정에서 채색화 분야에서 독창적인 화풍을 수립한 일곱 분의 참여 작가와 더불어 향후 자신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중견 작가를 초대하여 매년 전시회를 개최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 채색화의 역사적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고 21세기 한국화를 책임져야 할 신진작가들을 위해 선배들의 치열했던 현대한국화운동의 성과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2025. 05

 

사색당파